어린 소년은 몇몇 가방에 태그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기능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했다. 약간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의 이름과 도시, 나라의 이름을 해독해 냈다. 어떤 이름은 익숙했고, 소년은 마치 그 가방의 정체성을 강화하기라도 하듯, 여러 차례 그 이름을 반복해서 발음해 보았다. 어쩌면 태그가 달릴 정도로 중요한 도시들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만의 학습법을 개발한 것일지도 모른다.
태그에 적힌 이름은 보통 가방 주인의 이름이라고 설명해 주고 몇 가지 예시를 보여주자, 소년의 흥미는 더욱 커졌다. 가방 표면에 부착된 스티커를 살피다 보니 신비한 세계가 열렸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의 문장이 새겨진, 접히는 휴대전화만 한 크기의 스티커였다. 교차하는 검과 동물(뿔이 클수록 좋다) 그림 중에서도 특히 사자와 독수리가 합쳐진 그리핀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없었다. 소년은 그 가방에 사로잡혀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가방의 플라스틱 표면 뒤로 기사의 갑옷, 쇠사슬 셔츠, 얼굴 가리개가 달린 투구가 보일 것만 같았다. 소년은 사람을 무는 동물의 이름은 모두 외웠다. 동물의 과와 그 하위 종 이름까지 전부 외우고 있었고 특히 그것들이 어떻게 자기를 방어하는지, 뱀을 어떻게 물리치는지 알고 있었다. 아이의 관점에서 보면, 무는 동물이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살아 있든 아니든 물어뜯을 대상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그게 그들의 일이라고 아이는 설명했다. 상어가 특히 그랬다.
체크인 직원이 무작위로 가방에 붙인, 숫자가 잔뜩 적힌 작은 흰색 스티커가 소년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아이는 그 숫자를 크고 또렷하게 읽어 내려갔다.
“-모든 가방에는 역사가 있어. 이 스티커들은 가방이 경험한 여행과 모험의 흔적이야.”
“-하지만 태그가 달리지 않은 가방은요? 그런 가방은 주인이 없는 거예요?”
“-아니, 당연히 있지. 주인이 없는 가방은 없어. 태그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안전장치야. 만약에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서 말이야.”
“-나도 이름이 있어요. 이름이 없다면 나도 길을 잃고, 엄마도 나를 부를 수 없겠죠.”
소년은 잠시 침묵하며 몇 번 입술을 깨물었다.
“-펜 있어요?” 소년은 갑자기 힘이 샘솟아서는 물었다. 태그에 관한 문제를 해결한 듯 보였다.
“-응, 내 가방에 있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아이디어가 있어요”, 소년은 말했고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려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엄지와 검지를 턱 양쪽에 대고 손을 앞뒤로 움직이는 고전적인 동작이었다.
그는 웅크리고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배낭이 어디 갔을까? 검은 배낭을 찾기 위해 집중하자 주위 세계가 좁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그는 검은색 배낭을 선택한 자신, 주위 시선을 너무도 신경 썼거나 너무 남성적이고 평범한 자신이 몹시 싫어졌다. 검은색 배낭은 가방 역사상 가장 익명에 가까운 가방이었다.
꽤 오랫동안 소년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쪼그려 앉아 있었던 터라, 몸을 일으키자, 무릎이 비명을 질렀다.
“-운동 좀 하자,”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았다. 배낭 위에 재킷을 얹어 놓았지만, 짐 찾기 소동이 벌어진 뒤로는 잊어버렸고, 그걸 옆에 내려놓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체로 그는 역추적을 잘해서 결국 물건을 찾아내곤 했는데, 그건 그 역추적 능력 덕분이라기보다는 우연히 다시 그 물건에 맞닥뜨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것을 이성적 사고와 직관의 미묘한 조합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그의 전 남자 친구들은 그가 이런 보물찾기를 할 때마다 체념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순간 그의 딜레마는 어린 소년을 계속 살피면서도, 소년이나 그 엄마가 눈치채지 않게 배낭 찾기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그는 자신의 실수를 제때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잘못을 인정하기에는 너무 때가 늦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어, 내 가방?”이라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대신 찾아주길 기대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무언가를 놓고 오거나 잃어버리는 일은 그를 정말 화나게 하는 일 중 하나였다. 자신의 무지, 특히 물건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잘못 두는 일에 관해서는 왼팔 가득 네온색으로 “절대 용서하지 마라”는 문신을 새기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실수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았다. 어쩌면 더 나쁘게도, 자신이 인간으로서 가진 부족한 점을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조차 감추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기도 했다.
물론, 그는 그것이 한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성인이라면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일에 몰두하는 대신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망각의 기술이나 자기 비하에 대해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